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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롬방소식

[중앙일보] 대전 군산 목포 순천 전주 안동 인천...팔도 빵집 순례

[중앙일보]대전 군산 목포 순천 진주 통영 안동 인천...팔도 빵집 순례

 

성지순례 하듯 전국 유명 빵집을 찾아다니는 사람이 많다. '빵지순례'란 말이 유행하는 배경이다. [중앙포토]

‘팔도 빵지 순례’를 떠납니다. week& 인기 연재물 ‘일일오끼’에서 소개했던 지역 맛집 중에서 각 지역의 대표 빵집만 골랐습니다. 설 연휴 고향 가시는 길 일부러 들러도 좋을 만한 명물입니다.


 

튀기니까 더 맛있네 - 대전 성심당


 

'튀소'라는 애칭으로 유명한 성심당의 튀김소보로. [중앙포토]

1956년 대전역 앞 찐빵 가게로 출발한 성심당은 대전의 자부심이라 할 만하다. 전국에서 손꼽히는 제빵기업이지만, 대전에서만 직영점 4개를 운영하고 있다. 간판 메뉴는 애칭 ‘튀소’로 유명한 튀김소보로. 특허까지 받은 빵이다. 대전역 지점에서만 하루 1만 개가 팔린다. 기름에 튀겼는데 의외로 느끼하지 않다. 부추빵도 빼놓을 수 없다. 싱싱한 부추와 계란, 햄이 기묘하게 어우러진 맛이다. 요즘은 명란 바게트, 카레고로케, 앙버터도 많이 팔린다. 인기 빵은 인터넷 주문도 가능하나 대전에 가야만 먹을 수 있는 메뉴도 있다. 5~8월 한정 메뉴인 ‘전설의 팥빙수’는 대흥동 본점에서만 판다. 서걱서걱한 얼음 위에 국산 팥을 듬뿍 올려준다.

 


백 년 빵집 - 순천 화월당


전남 순천 화월당의 볼카스테라. [중앙포토]

1928년 문을 열었으니 올해 아흔세 살이 됐다. 일제 강점기 화과자 집이 화월당의 모태다. 일본인 가게에서 고(故) 조천석(1914∼2009)씨가 일을 했던 게 인연의 시작이다. 조씨가 물려받은 가게를 그의 아들과 손자가 대를 이어 지키고 있다. 메뉴가 두 개밖에 없다. 볼카스테라와 찹쌀떡. 볼카스테라가 일본식 화과자의 부드러운 맛을 간직하고 있다면, 찹쌀떡은 ‘옛날 모찌’의 맛을 추억하게 한다. 두 메뉴 모두 숙성한 단팥 소가 꽉 차 있다. 가장 단순한 맛을 지켜온 게 화월당의 성공 비결이랄 수 있다. 여느 빵집과 다르게 생겼다. 가게 복판에 박스가 잔뜩 쌓여 있다. 예약 주문제로 운영되기 때문이다. 전국 방방곡곡에서 주문이 들어온다.


미쉐린이 알아본 맛 - 안동 맘모스제과


안동 맘모스제과의 유자 파운드와 크림치즈빵. [중앙포토]

양반의 고장 안동의 전국구 빵집. 1974년 문을 연 이래 안동역전 거리의 맹주 노릇을 하고 있다. 요즘의 대표 메뉴는 부드러운 크림치즈빵과 달콤새콤한 유자 파운드. 20년 전에는 단팥빵이, 10년 전에는 크로켓이 인기 메뉴였단다. 꾸준한 메뉴 개발이 50년 가까이 이어온 맘모스제과의 인기 비결이라는 뜻이다. 2011년 『미쉐린 그린가이드』가 대전의 명물 빵집 ‘성심당’과 함께 지역 명소로 소개하면서 지역 명물이었던 맘모스제과가 일거에 전국구 빵집으로 거듭났다. 주말이면 크림치즈빵만 하루에 5000개씩 나간단다. 빵이 나오는 오전 11시가 피크 타임이다. 빵집 밖에도 긴 줄이 선다. 두고두고 기억이 나는 맛은 의외로 밀크 셰이크다.

 


최고령 빵집 - 군산 이성당


군산 이성당에서 가장 인기인 야채빵과 단팥빵. [중앙포토]

자타공인 한국 최고령 빵집이다. 이성당 간판은 1945년에 달았지만, 1920년 문을 연 ‘이즈모야’라는 찹쌀떡 집이 뿌리다. 군산 구도심에 본관과 신관이 있고, 서울 등지에 5개 분점을 뒀다. 군산을 찾아가야 다채로운 빵을 맛볼 수 있다. 서울 매장에서 빵 80종을 파는 반면 군산에서는 200종을 판다. 단팥빵과 야채빵이 가장 인기다. 주말이면 각 1만5000개 가까이 팔린다. 빵 반죽에 쌀이 70~80% 들어 있어 속이 편하다. 군산 사람은 식빵과 슈크림, 크로켓(고로케)을 좋아한다. 김현주 사장은 “20종에 달하는 샌드위치와 햄버거도 군산에서만 맛볼 수 있는 별미”라고 소개했다. 단팥빵과 야채빵은 자주 동난다. 오전 11시 이전에 가길 권한다.


자꾸 생각나는 단맛 – 진주 수복빵집


진주 중앙시장에 위치한 72년 역사의 ‘수복빵집’ 찐빵. 찐빵을 단팥죽처럼 걸쭉한 팥물에 찍어 먹는다. [중앙포토]

경남 진주에서 빵집을 물으면 하나같이 한 집을 가리킨다. 중앙시장 앞 수복빵집. 해방 직후인 1948년 문을 열어 오늘에 이른다. 낡은 간판, 부뚜막과 가마솥 등 가게 곳곳에 세월의 흔적이 묻어 있다. 찐빵을 기본으로 겨울엔 단팥죽과 꿀빵, 여름엔 팥빙수를 추가로 낸다. 팥을 주재료로 한 단출한 메뉴 구성만 봐도 내공이 느껴진다. 2대 박성진(79)옹이 59년째 직접 팥을 쑤고 반죽을 치댄다. 찐빵이 대표 메뉴인데, 여느 찐빵과 다르게 생겼다. 팥소를 가득 채운 찐빵 위에 단팥죽처럼 걸쭉한 팥물을 넘치도록 끼얹어 내는 것이 특징이다. 찐빵을 팥물에 묻혀 가며 먹는다. 오후 3시 전에는 가야 찐빵 맛을 볼 수 있다.

 


오거리의 전설 - 목포 코롬방제과


목포 코롬방제과의 새우바게트와 크림치즈바게트. [중앙포토]

인터넷에서 떠도는 이른바 전국 5대 빵집 중 하나다. 1949년 문을 열었다. 목포 구도심의 상징 오거리 주변에 있다. 목포에서 학창 시절을 보냈다는 건, 이 집에서 미팅을 했다는 뜻이다. 코롬방이라는 이름이 어렵다. ‘비둘기’를 뜻한다고도 하고 ‘크림빵’이 어원이라고도 한다. 가게 앞에 비둘기가 그려져 있으며, 크림빵 종류가 제일 유명하다. 특히 크림치즈바게트와 새우바게트는 빵이 나오는 시간마다 긴 줄이 만들어진다. 한 사람이 2개까지만 살 수 있다. 딱딱한 바게트 안에 부드러운 소스가 가득 차 있다. 코롱방 제과 옆에 목포의 대표 주전부리 ‘쑥꿀레’ 집도 있다. 찹쌀가루에 쑥을 버무려 빚은 경단에 조청을 듬뿍 얹어 무척 달다.


추억의 맛 - 인천 산동공갈빵


인천 산동만두공갈빵에서는 화덕에 구운 공갈빵을 판다. [중앙포토]

인천 중구 신포시장은 외지인과 지역 주민 모두 즐겨 찾는 명소다. 뜨내기 여행자가 유명 닭강정 집 앞에 줄을 선다면, 인천 주민은 추억이 서린 공갈빵집을 찾는다. 시장 안에 공갈빵을 파는 집이 여럿 있다. 제과점, 분식집, 만둣집에서도 공갈빵을 파는데 인천 토박이는 40여 년 역사를 자랑하는 ‘산동만두공갈빵’의 공갈빵을 최고로 친다. 속이 텅 빈 공갈빵과 속이 꽉 찬 만두. 상반된 두 가지 먹거리가 이 집의 간판 메뉴다. 공갈빵은 바삭한 식감과 빵 안쪽에 살짝 묻은 달콤한 설탕 맛이 묘한 조화를 이룬다. 단순하기 짝이 없는 생김새지만, 하나씩 화덕에 구워야 해서 손님이 많을 때는 대기 시간이 길어진다. 식히는 시간도 7분이 걸린다.


절정의 단맛 – 통영 오미사꿀빵


꿀빵은 통영이 자랑하는 명물 빵이다. 항남동의 '오미사꿀빵'이 원조집으로 통한다. 끈적끈적한 물엿을 뒤집어쓰고 있지만, 의외로 담백하다. [중앙포토]

.‘통영의 간식’하면 역시 꿀빵이다. 이름은 꿀빵이지만 정확히 말하면 ‘엿빵’이다. 달걀보다 작은 빵이 물엿으로 덮여 있다. 속이 팥앙금으로 가득 차 있어 하나만 먹어도 속이 든든하다. 강구안 일대에 관광객을 상대하는 꿀빵 집이 널려 있는데, 항남동 ‘오미사꿀빵’이 가장 오래된 집이다. 1963년 문을 열었다. 메뉴도 꿀빵 한 가지다. 손으로 반죽한 밀가루 빵에 팥소를 꽉 채우고 두 번 튀긴 뒤 물엿을 바르고 깨를 뿌린다. 겉은 쫄깃하고 속은 달콤하다. 포장 판매만 가능한데, 서너 박스씩(1박스에 10개들이) 사는 사람이 많다. 보관이 쉬운 게 큰 장점. 냉동실에 얼렸다가 전자레인지에 살짝 데워 먹으면 꿀맛이다. 우유와 궁합이 훌륭하다.

손민호·최승표·백종현 기자 ploveson@joongang.co.kr